가비걸과 ‘리얼 가이즈’

2025년 02월 06일

‘진짜 남자’ 내세운 요염한 보이그룹의 매력

유튜브 ‘가비 걸’ 통해 데뷔한 3인조 보이그룹 ‘리얼 가이즈’

게이들에게는 모델처럼 보기 좋은 근육을 지닌 사람이 인기가 많다. 그래서 인지 축구나 농구 같은 구기종목 보다 유독 헬스에 집착하는 친구들이 많다.

그런데 최근 근육맨이 아닌데도 눈에 띄는 보이그룹을 발견했다. 근육을 자랑하기보다 앙증맞은 몸짓으로 각자의 매력을 뽐내는데도 충분히 매력적인 이들은 ‘리얼 가이즈’다. 김똘똘, 킹키, 제이미로 결성된 3인조 보이그룹이 내세운 팀명은 ‘진짜 남자’이지만 이들이 정의하는 남성성은 조금 다르다.

커밍아웃한 보이그룹 멤버

▲ ‘리얼 가이즈’는 댄서 ‘가비’가 주인공인 유튜브 시리즈 ‘디바마을 퀸가비’에서 선보인 가상의 아이돌 그룹이다. 김똘똘, 킹키, 제이미로 결성된 리얼 가이즈가 등장한 에피소드는 매회 100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멤버 세 명은 모두 ‘커밍아웃’한 성소수자다. 김똘똘은 2018년 자신의 유튜브를 통해 세상 사람들에게 커밍아웃했다.

그는 “성 지향성 하나만으로 사회적 프레임이 씌워지니까 사람이 위축된다. 그래서 속 시원하게 밝혔다”며 게이 유튜버로 활동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렇게 자기 채널을 통해 ‘성소수자들이 이런 사람들이다’라는 걸 직접 보여주고, 성소수자들이 음지에 있다는 편견을 앞장서 깨뜨리고 있다.

또 다른 멤버인 제이미와 킹키는 댄스 크루 ‘커밍아웃’으로 활동하는 댄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성소수자로 이루어진 크루다. 킹키는 “일반 댄서들이 표현할 수 없는 부분들을 LGBTQ(성소수자 인권 운동 진영 안팎에서 사용되는 성소수자를 지칭하는 약어) 댄서로서 더욱 예민하게 표현할 수 있다”며 “LGBTQ 댄서로 살아가는 모든 순간들이 자랑스럽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들 3인조는 지난해 12월, 20초 남짓의 숏폼으로 데뷔했는데, 이른바 ‘소셜 미디어 특화 콘셉트’를 내세운다. 타이틀곡도 팀명과 같은 ‘리얼 가이즈’다. 이후 ‘퀸가비’ 유튜브에 약 4개의 콘텐츠에 등장하며 데뷔를 위해 단식원 체험을 하고, 안무 연습을 하고, 장어를 먹으며 건강을 챙긴다.

짧지만 요란한 ‘리얼 가이즈’는 사실 정식 데뷔한 팀이 아니다. 이들 활동의 장르는 ‘페이크 다큐멘터리’다. 페이크 다큐는 등장인물이나 상황을 마치 실제처럼 연출하는 영상 장르다. 가상의 쇼 안에서 연기자들의 허무맹랑한 거짓이나 과장 섞인 천연덕스러운 모습들이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유발하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로 일어나지 않는 일이나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을 일어나게 하며 시청자들에게 상상 가능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것도 페이크 다큐의 매력이다.

리얼 가이즈를 모아 탄생시키고 그들이 마음껏 끼를 펼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준 1등 공신은 바로 채널 ‘퀸가비’의 주인공 ‘가비’다. 가비는 자신 역시 이 유튜브 채널을 통해 2000년대 인기를 끌었던 셀럽을 연상시키는 부캐 연기를 선보였다. 그리고 매 출연자들과의 케미는 물론, 다양한 유행어와 밈을 탄생시키며 존재감을 증명했다.

리얼 가이즈가 정의한 새로운 ‘진짜 남자’

▲ 3인조 보이그룹 ‘리얼 가이즈’가 연습하는 모습

정해진 대본 없이 많은 부분이 출연자들의 즉흥적인 애드리브로부터 나오는 페이크 다큐에서 가비는 ‘리얼 가이즈’의 매력을 이끌어낸다. 출연자들과의 시너지가 바로 이런 것이라는 걸 몸소 보여주었다. 조회 수가 생명인 유튜브의 세계에서 리얼 가이즈를 기획하고 콘셉트에 맞는 인물을 섭외한 ‘가비걸’의 기획력은 실험적이면서도 대담했다.

그렇다면 ‘진짜 남자’를 내세운 멤버들의 매력은 무엇일까. 이들은 우리가 기존에 알던 ‘남성성’이 아닌 새로운 ‘남성’을 선보인다. 리얼 가이즈 멤버들은 요염한 제스처, 앙증맞은 제자리 점프 뛰기, 과감한 액세서리와 패션을 선보인다. 어찌 보면, 팀명인 ‘진짜 남자’에 새로운 이미지를 덧씌우려는 듯하다.

그렇게 진짜 남자가 무엇인지 세상의 정의가 아니라 자신들만의 방식대로 소화하며 뽐낸다. 귀여움과 하이톤의 애교와 웃음으로 팬들에게 어필하는 식이다. 누구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 매력을 드러낸다. 마치 진짜 남자란 ‘남’이 아닌 ‘내가 봤을 때 멋진 나’라는 걸 보여주는 듯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진정한 남자다움은 근육에서 나오지 않는다. ‘리얼 가이즈’가 선보인 남성성의 매력은 근육이 아니라 당당함을 통해 드러났다. 애교가 많아도, 앙증맞게 말해도, 그게 제 진짜 모습이라면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리얼 가이즈가 정의한 신선한 ‘진짜 남자’가 짧은 활동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이어지길 바란다.

[정규환의 다르게 보기]

오마이뉴스에 격주로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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